
[테일 오브 테일즈가 더 이상 게임이 자신들과 꿈을 공유할 수 없다며, 앞으로 게임에 구애되지 않는 활동을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여러분의 꿈은 어떤가요?]
"더 패스"(The Path), "엔들리스 포레스트"(Endless Forest), "더 그레이브야드"(The Graveyard), "파탈"(Fatale)의 평범하지 않은 '게임'을 제작해온 테일 오브 테일즈가 블로그를 통해 더 이상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테일 오브 테일즈의 미셸 사민은 오늘자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비디오게임이 권위 있는 문화적 미디어가 될 거라는 희망을 포기했다"며, "비디오게임은 그저 지금 그대로인 채로 행복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제 자신은 게임이 형성한 자기들만의 "게토"에서 나와, 게임의 형식으로부터 독립된 '게임이 아닌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하겠다고 합니다. (임시로 'notgame'[게임아님]이라는 명칭을 지었네요.)
사실 작별 선언은 지난 달 12월에 올린 포스트와 댓글로부터 언급이 되어 왔었습니다. 게임이 가진 꿈이 자신의 꿈과 다르다고 했죠. 또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이 2006년 발표한 "실시간 예술 선언"(Realtim Art Manifesto)에서도 "(게임이 사용하는) 실시간 3D는 예술적 표현을 위한 매체"이며,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이 전부가 아니니 "게임 만들기를 그만 두고", "작가가 되어라"고 권했습니다. 선언 이후 그들은 3년여간 분투했지만, 그들 주변에 '게임'이라고 불리는 쪽에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테일 오브 테일즈의 미셸 사민과 오리아 하베이는 원래 웹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를 제작해 이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게임 제작에 뛰어들며 테일 오브 테일즈라는 스튜디오가 설립되었죠. 자금 부족으로 미완성된 "8"을 시작으로, 사슴이 되어 다른 이들과 함께 숲을 돌아다니는 온라인 스크린세이버 "엔들리스 포레스트"와 게임의 구성요소를 추상적 의미의 매개체로 이용한 호러게임 "더 패스"를 제작해 나름 반향을 일으켜왔습니다.
사실 게임에 대한 이런 비판은 하루이틀, 한두번 나왔던 게 아닙니다. 지난 11월에도 "스포어"(Spore)의 프로그래머인 크리스 헤커(Chris Hecker)가 '토론토 인터내셔날 게임즈 서밋'(TIGS)에서의 키노트를 통해 "게임계는 게토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죠. 이 키노트에서 헤커는 작년 "모던 워페어 2"의 성공을 비롯, 큰 히트를 친 게임들이 게임이 대중적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고 합니다. 게임이 ARPU, 즉, 이용자 한 명당 평균수익(Average Revenue Per User)이 높기 때문에 수익은 영화나 음악보다 많아 보여도, 실제로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의 수는 적다는 것이죠. 아직도 게임계가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제대로 만들지 못 하고 있다는 겁니다.
더 과거로 가면 1980년대의 아타리 히트작을 디자인한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가 게임계에 염증을 느끼고 1992년 작별을 선언한 것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역시 게임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떠났고, 그의 꿈을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라는 형태로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크로포드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게임을 만들었고, 그가 작별할 때는 그의 존재도 몰랐지만, 나중에 그의 글을 읽어 큰 감명을 받은 저로서는 시간이 흐른 일임에도 조금 우울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제가 좋아하는 테일 오브 테일즈의 이번 작별인사는, 그렇게 우울하지만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오래 전부터 제가 만드는 게 '게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테일 오브 테일즈의 이번 결정에, 사실 좀 기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게임을 만드는 여러분은 게임에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어릴 적 즐겨오던 게임 이상향의 완성? 감동적인 스토리? 일탈의 스릴과 감동? 그저 사람들이 재밌게 즐기는 것? 돈? 명예? 아니면 인류의 평화와 사랑?
여러분의 꿈을 지금의 게임이 품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