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밝은해입니다.


"게임읽기"는 근 다섯 달간 39건의 글을 쓰면서 국내의 게임 언론이나 블로그가 전하지 않는 마이너한 소식을 전하려고 했습니다. 많은 반응이 있진 않았지만, 주변 분들께서 꾸준히 방향으로 달려가 달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요.


좋은 분들과 함께 보다 큰 울림을 내고자 "개발자를 위한 담론 공간" GameMook의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장인 이후 님을 비롯해 경험 많은 멋진 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저는 경험이 적은 만큼 GameMook에서도 여기에서처럼 붕 뜬 이야기 실컷 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이 곳에서 탐구하려고 했던 "인디게임 안팎의 이야기", "게임의 장애인 접근성", "탈게임 운동", "게임과 사회/정치" 등 고유의 주제도 계속 이어나갈 겁니다.


그 동안 게임읽기를 사랑하고 격려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쓴 글은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둘게요. GameMook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


많이 응원해 주세요.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대변해온 잡지 게임저널이 2월 26일 "게임위 심의업무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되었다"고 전했었네요. (via @Nairrti) 한 달 가까이 된 것인데, 그간 다른 게임관련 언론에서 이를 보도한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제가 놓친 건가요?)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이는 '수원지방법원에서 게임산업진흥법위반으로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으로 되어 있는데요. 같은 잡지에서 동일한 사건에 대한 정준모 변호사의 컬럼 나온 바에 따르면, 수원에서 비경품성인용게임을 서비스하던 게임장 사업자 같습니다. 글을 쓴 정준모 변호사는 위 위헌소송의 신청 대리인이기도 하고, 그간 다수의 게임관련 소송에 관련된 바 있습니다.


위헌소송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등급과 관련된 조항, 그 벌칙에 관련된 조항(제21조, 제22조, 제32조제1항 제3호, 제45조제4호)에 대해 헌법상 명시된 권리와 사전검열 금지 등(제 21조제2항, 제15조, 제10조)에 위반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법률전문가는 아니니 별다른 분석은 못 하겠고, 괜히 드는 생각은 진짜로 게임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창해야 할 사람은 다 어디 갔느냐 하는 겁니다. 음악은 정태춘씨와 서태지의 노래가, 영화(비록 등급제를 시행하지만...)는 강헌씨와 영화 "거짓말"이 사전심의 폐지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 걸로 압니다. 그런데 지금 게임 사전심의의 위헌 소송은 성인용게임사업자들이 하고 있습니다...(그들을 뭐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음악과 영화가 서태지와 "거짓말"로 여론의 주목을 끌고 정태춘씨와 강헌씨의 소송으로 사전심의 폐지를 이끌어냈지만, 성인용게임사업장이 위헌소송을 낸 것에 대해 (비경품이더라도) 여론이 그리 따뜻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소송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만 보더라도요.


아직 업계가 갈 길이 멀다는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계에는 아직 속박 없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작가, 저항하는 작가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지도 모르죠.


"게임읽기"의 관련 포스트

"월드 오브 구"(World of Goo)로 큰 히트를 친 2D 보이의 공동 창립자 론 카멜이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인디가 인디를 지원하는 펀드의 존재를 밝혔습니다. 작년 GDC에서 인디 개발자들 사이에서 개발자금에 대해 오간 대화에서 서로를 펀딩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결국 이렇게 되었답니다.


링크된 임시 웹사이트를 보면 펀드의 구성원으로 2D보이와 함께 "브레이드"(Braid)를 제작한 조나단 블로우, "플라워"(Flower)를 제작한 댓게임컴퍼니의 프로듀서 켈리 산티아고, "크리터 크런치"(Critter Crunch)를 제작한 캐비바라 게임즈의 사장 나단 벨라 등 인디 씬에서 나름 성공한 이름들이 걸려 있습니다. 펀드의 대표자인 론 카멜의 IndieGames.com 인터뷰에 따르면, 펀드는 외부의 투자 자금이 아니라 이 일곱 사람이 마련한 자금이라고 합니다("2, 3년간 1년에 게임 몇 개 지원할 만큼 충분한 돈이 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펀드의 운영 방향은 제법 충격입니다. 요약해 보면...


  • 펀드를 할 수 있게 된 2008년 다수 인디게임의 성공으로,
    1) 인디게임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음이 증명되었고,
    2) 인디 커뮤니티 내에 충분한 자금이 모여서.
  • 펀드를 받은 개발자의 개발이나 배급, 마케팅에 간섭을 하거나 권리 이양을 요구하지 않음.
  •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피드백은 해줄 수 있음. 그래도 모든 최종 판단은 개발자 몫.
  • 현재 여러 단계로 논의/펀딩 중인 프로젝트들이 있음. 다른 팀들도 신청할 수 있게 될 것임.
  • 투자금이 회수되면, 일정기간 동안 인디펀드와 개발사가 수익을 공유.
  • 투자금도 회수가 안 되면...그냥 잃은 것으로 생각함(we kiss that money goodbye).
  • 결국 우리가 원하는표현의 매체로서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돕는 것.


론 카멜은 3월 9일 게임 개발자 회의(GDC)에서 "인디와 퍼블리셔"의 관계를 주제로, 지금의 불안정한 "소작농 생태계" 모델의 문제를 지적하고, 벨브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약을 대조하며, 업계에 투명성을 높이자는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이전에도 론 카멜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BLA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죠.) 강연을 통해서, 혹은 이후에 펀드의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든 간에, 좋은 시도, 잘 되길 바랍니다.


......


인디와 펀딩 하니까 생각나는데, 2월 19일에는 퍼블리셔인 액티비전이 총상금 50만 달러를 내건 인디게임 공모전을 발표한 적이 있었죠. 한 장짜리 PDF 파일 나온 상태라 의중을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데모가 아닌 제안서와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하는 걸로 보아, 이미 개발된 것보다는 개발 중에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걸 원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1등 상금이 10만 달러(대충 때려 맞춰도 1억원)인데, 그거 주고 모든 권리를 인수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되면 그게 무슨 인디냐, 소작농 선발대회 아니냐 싶지만, 아직은 그냥 제 추측입니다, 뭐. 어쨌든 액티비전도 인디가 (투자대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음을 알 거고, 거금을 투척하게 된 거겠지요.


사실 그보다 1주일 정도 전, 묘한 대조를 이루는 기사가 났습니다. "액티비전이 대량 해고 및 스튜디오 정리를 한다"는 거였죠. 보도가 난 이후 액티비전은 공식 발표를 통해 매출 감소에 따른 "자원 관리(evaluates its resources)"이며 가장 큰 수익이 나는 사업 영역을 향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EA의 대량해고 및 플레이피쉬 인수 때와 비슷하게 디지털/온라인 분야에 보다 더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죠. (관련기사: "EA의 CEO가 말하는 EA의 미래전략") EA의 대량해고 + 플레이피쉬 구입 콤보. 액티비전의 대량해고 + 50만달러 인디 공모전 콤보. 뭔가 묘한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음...하는 김에 이야기 하나 더 할까요. 지난 28일에 고전 명작 어드벤처 게임 "킹스 퀘스트"의 팬 후속작 "실버 라이닝"(The Silver Lining)을 개발 중이던 Phoenix Online Studios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작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킹스 퀘스트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인 "킹스 퀘스트 5"를 목표로 2002년 시작된 팬 프로젝트인데요. 2005년에는 시에라의 IP를 소유하고 있던 비벤디 유니버설이 제작을 중지를 통보했었습니다. (비벤디는 당시 "킹스 퀘스트"의 제작사인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와 블리자드의 지주회사였습니다.) 결국 POS는 프로젝트를 중지하고 비벤디 유니버설과 협상에 들어갔고, 팬들은 비벤디 측에 POS의 프로젝트를 허락해달라는 수천 통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결국 11월에 비벤디는 POS에게 제목에서 "킹스 퀘스트"를 빼는 비상업용 팬 라이센스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12월 비벤디가 액티비전에 합병됩니다(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지주회사로 하고 액티비전과 블리자드로 나뉩니다). 자연스럽게 시에라의 IP는 액티비전 소유가 되었죠. POS는 최근 몇 개월간 액티비전과 다시 협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액티비전 측에서 비상업용 라이센스를 내주지 못 한다는 결론이 났고, 결국 제작이 중단된 거지요. POS는 8년의 경험을 쓸모 없게 하진 않을 거라며 미래를 기약했습니다.


에...여기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든 인티니티 워드의 공동창립자가 계약 위반이라고 회사에서 짤렸다뉴스 이야기까지 덧붙이면 분위기가 더 이상해지니까, 말 안 할게요. 저 액티비전 싫어하는 거 아니니까요.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들의 총 본산이잖아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 모던 워페어 2, 기타 히어로...안 그런가요...?


실 없는 작은 기사:

한국에 인디펀드 같은 움직임이 없는 이유는.


간단. 인디게임이 없어서.

저런 파격적인 조건은 무리일지 몰라도, 인디게임이 성공할 환경이 있다면 펀딩할 분이 있겠죠. 지금 인디게임 만든다는 사람 있습니다만, 펀딩할 만큼 매력적인 게임은 커녕 본격적으로 만드는 곳은 아직 피그민 에이전시 뿐일 겁니다.

인디펀드 대표자인 론 카멜도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저런 펀딩을 가능하게 한 건 2008년 인디의 (거의) '자력에 의한' 성공이었습니다. 펀딩할 만한 생태계가 만들어 졌기에 펀딩이 되는 거겠죠.

지원이 먼저 이루어 지면 생태계를 갖출 동력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부 지원 뭐시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없던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만든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형 뭐시기가 고꾸라지는 꼴 많이 봤듯이요.)

결국 우리나라에 인디게임의 토양이 없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창작자들이 황무지를 일구고 생태계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선 그렇게 도전할 사람을 (피그민 에이전시 빼고) 찾기 힘든 거죠.

기다리지 말고 도전합시다요.